이슈 브리핑 위험하지만 왜 탈 수밖에 없을까: 남아공 미니버스와 이동의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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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재희
최재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남아프리카어와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 학사과정생으로, 현재 아프리카연구소 HK3.0 학사연구보조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프리카 개발 및 정치에 관심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 중 하나지만, 이러한 경제적 위상과 달리 소득 불평등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에 속한다. 실제로 세계은행(World Bank)은 2022년 보고서에서 남아공을 소득 재분배 기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로 지목한 바 있다. 이러한 격차는 통계에만 머물지 않고, 사람들의 출퇴근 일상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니버스 택시(Minibus Taxi)이다. 미니버스 택시는 통근자의 약 70%가 이용하는 현지 대중교통 수단으로 추산되며, 주된 이용자는 저소득 흑인노동자이다. 주로 흰색 15인승 Toyota Quantum Van으로 구성된 미니버스 택시는 폭력 사건이나 위험한 운전과 연관된 보도가 반복되며, 외국인 여행객들에게는 안전상의 이유로 권장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왜 미니버스는 여전히 가장 일상적인 이동 수단으로 남아 있을까?
이 질문은 아파르트헤이트 시기(1948-1994년)에 형성된 도시 구조를 살펴볼 때 보다 분명해진다.
1948년 제정된 집단지역법(Group Areas Act)은 인종별로 주거지역과 업무지역을 강제로 구분했다. 흑인들은 기존에 살던 지역에서 밀려나 도시 외곽의 새로운 거주지로 이주해야 했고, 이 공간들은 이후 타운십(township)으로 고착화되었다. 동시에 도심의 주거·고용·산업 공간은 백인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타운십과 도심을 촘촘히 연결하는 공공 교통망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
이러한 분리된 공간 속에서 흑인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밀집한 중심상업지구(CBD)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 했지만, 국가가 제공한 교통은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 공백을 메우며 성장한 것이 도시 외곽에서 시작된 흑인 소유의 비공식 운송, 즉 미니버스 택시였다.
이 구조는 오늘날 요하네스버그의 통근 장면에서 반복된다.
소웨토 인근 타운십에 거주하는 60대의 한 통근자는 매일 새벽 5시 반 무렵 집을 나서 기차로 요하네스버그 파크역까지 이동한 뒤, 마지막 구간에서는 미니버스 택시를 이용한다. 그의 직장은 고급 주거지인 로즈뱅크 인근에 있지만, 기차와 버스 노선은 직장 앞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이 통근자의 하루는 왕복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이처럼 요하네스버그의 많은 통근자들에게 미니버스는 공공교통이 닿지 않는 구간을 메우는 현실적인 이동 수단으로 남아 있다.
미니버스는 출발지와 도착지를 비교적 자유롭게 오가며, 저렴한 요금으로 도시 외곽 타운십과 중심상업지구를 직접 연결한다. 이 때문에 저소득 흑인노동자들에게 미니버스는 출퇴근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교통수단이 된다.
그러나 이는 취약성을 동반한다. 미니버스 산업은 현금 거래 비중이 높고, 차량 정비나 운행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도권 교통만큼 촘촘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노선과 승객을 둘러싼 경쟁이 더해지면서 과속이나 무리한 운행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런 운영 구조 속에서 사고와 폭력 사건이 함께 나타난다.
결국 미니버스는 위험하다고 인식되지만,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의 출퇴근을 떠받치고 있다. 남아공의 도로 위에 반복되는 폭력은, 단지 교통의 문제를 넘어 아파르트헤이트 이후에도 남아 있는 도시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출처: Medium, How South Africa’s Black Taxis Took Over Working-Class Transport.

출처: Crankshaw (2008), Urban Studies.
출처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2025). 『국가신용도평가리포트: 남아프리카공화국(Republic of South Africa)』 (책임연구원: 김경하). 한국수출입은행.
The Guardian. (2025, October 26). Commuters across African cities: Stories of daily travel and inequality.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5/oct/26/commuters-africa-cities-stories
Institute of Race Relations (IRR). (2020, January). South Africa’s Minibus Taxi Industry: Resistance to Formalisation and Innovation. Institute of Race Relations.
김광수 외.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들여다보기』. 서울: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pp. 5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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