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럼 멈추지 않는 아프리카의 쿠데타와 위선적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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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규현 연구교수
카메룬의 역사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아쉴 음벰베는 현재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벌어지는 정치 분쟁에 대해 민주주의의 위기로 설명하는 것은 근본적인 오류이며, 아프리카에는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세이셸, 카보베르데를 제외하고, 좀 더 추가해 모리셔스, 세네갈, 가나, 나이지리아를 제외하고, 법치국가의 기본적 특징을 갖춘 정권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음벰베는 아프리카에서 위기를 맞이한 것은 애초 존재하지도 않았던 민주주의라기보다 행정적 다당제의 실패라고 본다. 1990-2000년대 아프리카 국가들의 다당제 도입이 실질적 권력 교체, 법치주의 확립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군사정권과 일당체제로 귀착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정치적 실패의 요인을 식민지 시대의 유산에서 찾는다. 아프리카의 기본 정치 제도가 식민 시기에 설계되어 대화가 아니라 명령, 협상이 아니라 억압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그 연속성이 폭력과 끊임없이 빈발하는 쿠데타의 구조적 배경이라는 것이다. 식민지 지배 전통에 따라, 대부분 정권의 목표는 시민 공동체가 아닌 신하 사회를 영속시키는 것이며, 이 때문에 강력한 시민 사회나 독립 기관의 등장을 막으려 노력한다. 음벰베는 독립 이후 권력을 승계한 엘리트 계층이 주로 식민자의 편에 서 있던 이들로, 그들이 시민의 대표로서 민주적인 합의와 조정을 통해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경찰적 명령을 통해 통치/징벌을 집행하는 자로 정치 행태를 이어왔다는 점을 비판한다. 물론 그가 아프리카의 군사정권과 일당체제의 원인을 식민주의에서만 찾은 것은 아니다. 독립 지도자들의 일부는 민주주의를 서구의 산물로 배척하고 아프리카식 민주주의를 내세우기도 했으나 이는 위선적 허울일 뿐 결국 권위주의적 군사 독재로 이어졌다고 한다.
사실 음벰베는 근대 민주주의에 내재된 태생적 폭력성을 비판하며 민주주의의 밤의 얼굴이라 부르는데 폭력을 위한 제3의 장소가 바로 플랜테이션, 식민지, 오늘날의 수용소와 감옥이다. 다시 말해 식민지는 민주주의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음벰베는 아프리카에서 100년이 넘는 식민주의 시대의 권위주의와 탈식민주의 시대의 전제정치는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했으며, 이제는 아프리카의 여성, 청년, 지식인, 활동가들과 함께 새로운 사회적 연대를 구축하여 집단지성에 기대를 걸고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처
아쉴 음벰베, 『죽음정치』, 동녘,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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